총기폭력 비용으로 미국민 1인당 매년 700달러 부담
통계 집계·조사연구 다른 분야 비해 적어 "총기지지단체 압력 탓" 지난 2일 발생한 샌버나디노 총격 사건으로 총기문제가 다시 정치사회적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총기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비용도 새롭게 부각돼고 있다. 매년 총기에 의한 희생자는 1만1000명, 총기를 이용한 자살자는 2만 명이 넘는다. 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전체 폭력범죄는 감소 추세인 반면 2011년 이후 총기로 인한 부상은 11%, 사망은 4% 정도 증가하고 있다. 많은 피해자를 낳는 난사 사건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총기 사건 증가와 함께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월간지 마더 존스가 공중보건·교육·안전문제를 다루는 비영리 단체인 퍼시픽조사평가연구소(PIRE)의 테드 밀러 수석연구원과 협업으로 조사한 2012년 총기폭력 관련 경제적 비용은 2296억 달러였다. 국내총생산(GDP)의 1.4%에 해당하며 미국인 1인당 700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었다. 또 2012년의 해외원조액(300억 달러)과 애플 연매출(1740억 달러), 비만 관련 사회적 비용(2240억 달러)을 능가했으며 메디케어 비용(2510억 달러)과 흡연 관련 사회적 비용(최소 2890억 달러)에 육박했다. 2012년 연방정부의 교육예산과 비교해도 880억 달러 많았다. 총기폭력의 비용은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으로 나뉜다. 직접비용은 응급서비스와 경찰조사, 의료, 재판·수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모두 86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87%는 납세자가 감당해야 한다. 총격 피살자 한 명당 납세자들은 평균적으로 약 40만 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하루 평균 총격 피살자는 32명이다. 직접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수감 비용으로 52억 달러였다. 간접비용은 소득 손실과 고용주의 손실, 삶의 질 하락으로 최소 2210억 달러였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피해자의 삶의 질 하락으로 약 1690억 달러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소득 손실은 490억 달러였다. 총격 피살율이 가장 높은 루이지애나 주의 경우 주민 1인당 경제적 손실은 1300달러를 넘었으며 총격 사망율이 가장 높은 와이오밍 주는 1인당 1400달러였다. 2013년 PIRE는 2010년 기준 총기폭력의 경제적 비용을 집계해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총 경제적 비용은 1740억 달러였다. 2년 사이에 550억 달러가 증가했다. 마더 존스는 2296억 달러도 실제 경제적 손실을 모두 담지는 못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조사에서 장기 치료비용은 7년으로, 척추나 뇌 손상으로 인한 장애 관련 비용은 평생으로 잡았다. 하지만 경찰 출신인 켈리 버나도 응급실 간호사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총격 피해자의 생존기간과 의료비는 예상을 뛰어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버나도는 목 아래가 마비된 10대 피해자의 사례를 들며 20년 동안 간호 비용만 170만 달러가 넘었다고 밝혔다. 정신상담 비용도 정확하게 집계된 자료가 부족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버나도 간호사가 1998년에 공동으로 출간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신상담 비용을 4억1000만 달러로 추정했지만 모든 총격사건 피해자와 가족이 상담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비용은 큰 폭으로 뛴다. 버나도 간호사는 98년 이후 총기폭력 관련 정신상담 관련 자료를 얻지 못했고 마더 존스도 정부나 민간 연구소가 발간한 관련 연구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난사 사건의 경우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개발 계획에 차질을 빚거나 안전강화와 예방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 듀크대학교 필립 쿡 교수는 "(난사 사건과 관련해) 대도시의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이 부분"이라고 말했다. 법률비용도 만만치 않다. 2012년 오리건주 샤핑몰 총격사건의 경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법률비용이 55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여기에는 배심원 후보 9000명을 소환하는 비용이 포함됐다. 당시 총격사건이 발생하자 지역·주·연방 수사기관 13곳에서 150명 이상의 수사관이 현장으로 달려왔고 3개월 이상의 수사 끝에 1000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샤핑몰은 12월 대목에 3일 동안 폐쇄됐고 188개의 업소를 매출감소를 감수해야 했다. 이 모든 것이 총격사건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지만 이번 조사에서 집계되지 않았다. 1999년 컬럼바인고등학교 총격 사건이 나자 연방정부는 전국 학교 안전강화에 8억1100만 달러의 예산을 집행했다. 한 민간회사는 학교 안전시스템 시장이 2017년까지 연 5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다른 분야의 통계와 달리 총기폭력 비용은 불완전하다. 연방교통부는 2010년 교통사고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이 8710만 달러에 달한다는 300쪽짜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방환경보호청은 대기오염으로 인한 비용을, 연방보건복지부는 가정폭력의 사회적 비용을 집계하는 데 반해 총기폭력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정부 보고서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총기사건과 관련한 병원 치료비용을 집계하긴 했지만 일부 주의 경우 병원이 총기 부상을 따로 집계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통계가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병원의 데이터를 이용해 총기피해 비용을 추산하는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료도 샘플 규모가 작고 피해자의 의료비와 노동 손실비용만 집계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마더 존스에 따르면 지난 4월에 발간된 미국내과학회보는 2005년 이후 총기소유와 이와 관련된 자살과 살인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이유의 하나로 정치권이 CDC의 기금이 총기관련 인명피해에 대한 조사에 사용되지 못하도록 한 점을 꼽았다. 마더 존스는 전국총기협회 등 총기소유권 지지 단체가 총기관련 연구를 막도록 정치권에 압력을 넣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보도했다. 안유회 선임기자